일상/책

[책]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msight 2025. 6.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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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일본 여행 당시 서점에서 더위를 피하다가 눈에 들어왔던 책입니다. 신간이 나왔구나, 하고 검색해봤더니 등장인물이 무려 가가 형사였습니다. 고민도 없이 바로 주문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사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라는 작품을 끝으로 영영 보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 했던터라 정말 놀랐습니다. 그 옛날『붉은 손가락』을 읽은 뒤 가가 형사가 나오는 작품은 드라마까지 모두 챙겨봤었던 저라 오랜만에 즐겁고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 드라마

 

붉은 손가락을 읽어보셨던 분들은 아실겁니다. 등장 인물이 보이는 뒤틀린 모성애와 자기연민, 뻔뻔함에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가가 형사의 날카로운 감각들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클라이막스로 내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종장에서 만나는 반전에 감탄을 자아내죠. 이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훼방이 될 수 있지만,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한 번의 반전이 더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줄거리

한여름, 호화 별장지에서 다섯 가족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즐기던 중, 그날 밤 다섯 명이 살해되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범인은 곧 자수하지만, 범행 동기로는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해 사형당하고 싶었다"는 모호한 진술만 남기고, 구체적인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뭅니다. 이에 살아남은 이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검증회'를 열고, 그 자리에 휴가 중이던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참석하게 됩니다.

 

검증회에서 가가는 참석자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각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합니다. 그러나 참석자들 모두가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내용의 익명의 편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가가는 이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과 거짓말을 파헤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사건이 전개되는 장소

 

작품 특징

먼저 정교한 복선과 반전입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교묘하게 배치된 복선과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 독자의 긴장을 유지시킵니다. 언제나 그렇듯 추리소설은 다시 한 번 읽을 때, 그 맛이 살아나죠. 등장인물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모두 복선이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끝 부분에서 만나게 될 반전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인 *불문율을 깬 느낌으로, 우리가 갖고 있던 예상을 철저히 무너뜨립니다. 특히 진범의 동기와 범행 이유는 단순한 증오나 충동이 아닌, 인간관계 속에서 누적된 복잡한 감정의 결과임을 드러냅니다. 복선은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사건이 드러날수록 치밀하게 설계된 구조가 밝혀집니다.

 

* 제가 생각했던 현대 소설 불문율입니다. 작품의 전말을 알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더보기

미성년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고전적인 추리 소설에서는 살인자를 표현할 때, 보통 합리적인 동기와 책임 능력이 있는 성인으로 묘사했었습니다. 사실, "아이에게 살인을 맡기는 것은 독자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을 것 같고, 이는 장르 내 암묵적인 금기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미성년자는 심리적으로 미성숙하고, 법적으로도 보호받는 존재이기에, 그들이 범죄의 주체가 되는 설정은 도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일 때는 독자에게 불쾌감이나 트라우마를 줄 위험도 있죠.

 

다음으로는 심리 묘사와 인간 관계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강점이죠.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문장들의 나열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이나 모습, 행동들을 묘사합니다. 또한, 얽히고 섥힌 인간 관계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강약 조절도 훌륭해 이해하고자 하는 무리 없이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느꼈지만, 이 작품에서도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그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섬세하게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선 깊이가 있습니다.

 

끝으로 사회적 이슈 반영입니다. 작품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작가는 ‘가짜 행복’과 ‘관계의 허위성’을 소재로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가령, 겉으로는 평온한 가족과 혈연/부부 관계 속에 감춰진 위선과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덮고 단순한 범죄 소설 이상의 심리적·도덕적 고민으로 잠시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추천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어보셨던 독자분들께 당당히 추천드립니다. 사실 제가 추천하지 않아도 벌써 읽고 계시겠죠. 이제 막 추리소설에 입문하시는 분들께서도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이제 슬슬 날도 더워지는데 주말 카페에 앉아 두 세시간 몰입할 때 딱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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