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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책] 자본주의(EBS 다큐 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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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는 2013년 발간된 것으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5부작을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책은 모두 5개 챕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이며, 특히 첫 번째 챕터에서 한 명이 빚을 갚으면 한 명은 파산한다라는 사실을 덤덤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자본주의 책의 다섯 챕터는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부분을 펼쳐 읽어도 쉽게 읽힐 것입니다. 물론, 내용이 쉽다기보다는 책의 구성과 촘촘하게 이어지는 논리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1부: 돈은 빚이다
  • 2부: 금융 지능은 있는가
  • 3부: 소비는 감정이다
  • 4부: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철학들
  • 5부: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어디에 있는가

각 장을 읽고 느낀점과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며칠에 걸쳐 정리해봤습니다. 이 내용들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니 혹시라도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면 꼭 직접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부: 돈은 빚이다

물가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어렴풋이 이해는 하고 있었고, 막연하게 그렇겠거니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첫 페이지 소제목에 떡하니 적혀있어 이제는 몰랐다고 발뺌 할 수도 없을 것 같네요. 물가는 절대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들어오는 수입이 일정한데 물가가 오르면 우리는 일상에서 괴로움을 느낍니다. 즉, 우리 월급이 많아지지 않는 이상, 점점 더 괴로워지는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지요.

 

책은 물가는 유동적이다라는 전제를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50년 전 15원이었던 짜장면 가격과 지금 짜장면 가격을 예로 들며, 물가는 절대 내려오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물가가 끊임없이 상승하는 이유를 무지한 저조차 알기 쉽게 단계별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먼저 수요와 공급의 법칙부터 시작합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가격이 오른다는 것인데, 그럼 지난 50년 동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거나 공급이 지속적으로 부족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인구의 증가로 수요는 늘었을테지만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 현상을 두고, 돈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라 설명합니다. 10명에게 10개의 빵이 있으면 빵은 소중하지만 10명에게 1,000개의 빵이 주어진다면 빵의 가치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시장에 돈이 많다면 가치는 돈 자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럼 돈의 가치는 무엇일까요? 구매력입니다. 돈이 많아져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과거에 1,000원으로 살 수 있던 물건을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야한다는 뜻입니다. 즉, 물가가 올랐다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 이해했을 때, 돈이 왜 많아졌을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장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예금과 대출이 키워드입니다. 우리가 100원을 예금했을 때, 은행은 10%에 해당하는 10원을 남겨두고 90원을 대출해줍니다. 시장에는 순식간에 내가 가지고 있던 100원과 90원을 합쳐 190원의 돈이 돌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생긴 90원을 신용통화라고 부르며, 이 10%를 부분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즉, 100억원의 예금이 10% 지급 준비율을 가진 은행들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시중에는 금새 2배가 넘는 돈이 흐르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는 간단한 답이 존재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지는 않는다는 것. 즉,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만이 통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닙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이자'입니다. 중앙은행 A에서 B에게 10,000원을 연 5% 이자로 대출해 주었습니다. 빌린 10,000원으로 C에게 배를 빌린 B가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 팔았을 때, B는 1년 뒤 10,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이 시스템 내에서 전체 통화량은 10,000원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도 10,500원을 갚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B가 돈을 갚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새로운 돈을 찍어내 C 또는 D 에게 대출해주고, 이 돈으로 물고기를 사 B가 돈을 버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그 다음 내용인 '내가 돈을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한다' 라는 뜻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돈이 유한하고 대출에 이자가 붙을 때, 내가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누군가는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니까요. 물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화, 물건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대출을 탕감할 수 있겠지만, 우선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이 왜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주는지, 미연준은 정부가 아니라 은행이라는 점, 자본주의의 한계 등. 1장만 잘 읽어도 놀랄 만한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을겁니다.

 

2부: 금융 지능은 있는가

자본주의는 돈이 가치의 중심이 되는 사상을 뜻합니다. 다만, 과거 부의 근원이 근로자들이 노동으로부터 생산해내는 상품과 서비스를 뜻했다면, 이제는 투자대상인 금융 상품이 근원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돈이 돈을 부르는, 자체가 자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 우리는 금융자본주의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이런 금융자본주의 중심에는 많은 예금, 보험, 채권, 펀드, 파생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상품들이 존재합니다. 2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주제는 알지 뛰어드는 금융 재테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 앞서 말했던 상품들이 가진 위험성을 되짚어보고 현명한 재테크를 위한 태도를 갖도록 채찍질합니다.

 

2013년 당시, 은행 예금만으로는 자산을 방어할 수 없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었습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익을 쫓아 펀드, 보험, 후순위채권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수익보다 수수료가 우선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수익을 내세운 상품이 실제로는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에 나섰습니다.

 

실물을 넘어 금융 상품이 지닌 가치를 최고로 자부하는 시대입니다. 금고에 쌓인 현금 다발이나 금괴만큼 통장과 계좌에 찍힌 숫자도 중요해진 것입니다. 책에서는 은행도 결국 이익을 내야만 살아남는 기업임을 설명하며 이들이 제공하는 저축, 펀드, 보험,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 상품들을 주의해서 살펴 것을 강조합니다. 2장의 소제목들과 소제목들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요약해보겠습니다.

 

먼저 재테크 열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제목입니다. 우리나라도 금융시장이 개방된 서구의 수많은 금융상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노동을 통한 자본 확보가 예금으로 이어지고, 예금 이자를 통한 자산 증식을 통해 집을 사던 시대는 지나고, ‘투자 통해 돈을 벌지 않으면 부자가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은행에 돈을 집어 넣고 투자를 하는 행위 자체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종종 까먹곤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은행이란 수입을 내야하는 기업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은행은 조력자도 아니고, 우리들의 친절한 이웃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합니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는 고객님의 행복이 저의 행복입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말이지만, 이것이 항상 진실은 아니라는 뜻이겠지요.

 

8% 이자를 주는 후순위채권의 비밀에서 말하고 싶은 가장 부분은 높은 수익률은 높은 위험성을 뜻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채권이라면 안전 자산이라 예단하고 8%라는 수치에 현혹되어 투자를 진행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후순위채권이란 채무자인 회사가 부도가 났을 , 변제 후순위에 위치한 채권을 뜻합니다. 빚을 갚다가 돈이 부족하면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당시 상품 판매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고지하지 않은채 수익률만을 내세워 구매를 종용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달콤한 제안이 다가왔을 , 사리를 분별할 있는 최소한의 경각심이 있어야겠지요.

 

책은 이러한 금융 환경 속에서 '금융 지능'이라는 개념을 꺼냅니다. 단순히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기 통제력, 감정적 판단 억제 능력, 장기적 시야 등이 결합된 역량이 진짜 금융 지능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정리했던 예시들 외 당시 저축은행 사태나 후순위채권 피해 사례 등은 금융 시스템의 불투명성과 마케팅의 위선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결국 금융소비자로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품을 분석하고, 불완전 판매를 경계하며, 고수익에는 반드시 고위험이 따른다는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깁니다.

 

지금은 2025년. 로보어드바이저나 AI 기반의 자산관리 앱이 보편화되었지만, 금융 지능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상품이 반드시 나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 없고, 실적을 앞세운 플랫폼의 상업성은 여전히 경계 대상입니다. 금융 상품의 겉모습보다 구조와 리스크를 이해하는 태도, 그 판단을 감정이 아닌 정보에 근거해 내릴 수 있는 힘이 금융 지능의 본질입니다.

 

3부:  소비는 감정이다

소비는 언제나 합리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비교적 이성적으로 소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은 인간의 소비가 대부분 감정에서 출발하며, 시장은 이 감정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불안, 외로움, 소속감, 경쟁심 등이 촉매가 되어 우리는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고, 사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하곤 합니다.

 

마트의 동선 설계, 계산대 위치, 조명과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감정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습니다. 가령, 계산대 앞에 놓인 저렴한 초콜릿과 잡화들은 우리가 지치고 경계심이 풀렸을 때, 작은 충동으로 소비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장치입니다. 쇼핑은 때로는 자신에 대한 보상이고, 때로는 남과 비교하기 위한 수단이며, 때로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2013년에는 이러한 감정 기반 소비가 주로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면, 2025년의 지금은 온라인 쇼핑과 SNS의 등장으로 그 양상이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검색과 클릭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고, 인플루언서들은 이상적인 삶을 연출하며 소비 욕구를 자극합니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소비의 출발점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끝없는 불만족과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왜 이걸 사고 싶은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4부: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철학들

책은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제 현상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형성한 철학적 기초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케인스, 하이에크 등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가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현재 마주한 경제적 문제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시장의 자율성과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도덕 감정론'을 통해 경제가 윤리적 토대 위에 서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노동 착취와 불평등을 낳는 구조라고 보았고, 케인스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하이에크는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강조하며 정부 개입의 부작용을 경계했습니다.

 

이 철학들은 2013년 당시에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틀로 작용합니다. 특히 2025년 현재, 플랫폼 독점, 데이터 사유화,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 등은 자본주의가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고전 사상가들의 이론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석하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장은 자본주의를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5부: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는 있는가?

우선 반성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복지는 퍼주는 것이다, 라는 생각은 틀렸다라는 문장에 정곡을 찔렸습니다. 부끄럽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뉴스에서 복지 정책이 나올 때면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들을 내가 낸 세금으로 감싸줘야 할 이유가 있느냐 우스갯소리로 껄껄거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건방지고, 오만하고, 저열하기까지 했죠.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얼핏 읽어본 적 있습니다. 세상이 공정할 것이라는 착각.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만의 노력으로 성취했을 것이라는 착각. 이런 글들이 적혀있었는데, 글자를 읽을 줄만 알았지 그 뜻은 진정으로 헤아리지 못했었습니다. 이제야 문득 떠오르네요.

 

마지막 장은 지금의 자본주의가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아이디어와 시스템이 필요한지를 묻습니다. 책은 시장과 정부라는 기존의 양자 구도에서 벗어나, '국민이 주인인 자본주의'를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복지와 분배, 금융과 소비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주체성과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경제 시스템을 고민하자는 말입니다.

 

기본소득, 공유경제, 금융교육의 강화, 사회적 경제 모델의 확대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소개됩니다. 2013년에는 다소 이상적으로 들렸던 이 제안들이 2025년 현재에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핀란드와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으며, ESG 경영이나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구하는 해답은 거창한 이론보다, 깨어 있는 시민과 일상에서의 실천에 있다는 책의 결론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합니다. 시장은 더 정교해졌고, 정부는 여전히 조정자 역할을 하며, 플랫폼은 새로운 경제권력이 되었지만, 그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체제의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는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인간적인 체제를 향한 탐색의 출발점입니다.

 

2013년에 출간된 책을 2025년에 읽으며, 지금은 어떤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패의 자유가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복지자본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과거 위대한 철학자들처럼 정치와 정책들이 사람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가?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을 바꿀 힘은 없더라도, 오늘 하루 버틸 힘은 있다는 말이 참 마음에 듭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그저 결심한 대로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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